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집권 더불어민주당의 소위 ‘방송장악문건’이 발견돼 큰 물의를 빚었다. 민주당은 관련성을 부인했지만 현실은 문건의 시나리오대로 이뤄졌다. 언론노조원들은 대학교수나 대형로펌 공동 대표 등 괴롭히기 쉬운 상대만 골랐다.
KBS 이사였던 필자가 재직하는 학교에 시도 때도 없이 쳐들어와 시위하고, 괴롭히고, 협박했다. 필자가
KBS 이사회에 참석하는데, 언론노조원 수십 명이 달려들어 필자가 부상을 입기도 했다. 동영상으로 당시의 현장을 생생히 볼 수 있다.
2017년 12월 27일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필자의 해임청문회도 황당하기 짝이 없다. 청문주재인인 김경근 고려대 명예교수는 “우리 이사님은 왜 나만 찍어서 그러느냐? 왜 나만? 교수니까 그런거죠 뭐. 교수가 만만하다는 걸 모르냐"고 말했다. 이는 청문회 녹취록을 그대로 인용한 것이다. 지난 정권의 방송 장악 수법을 자기 입으로 발설한 사건이다. 청문회가 끝난 당일 오후 방통위는 필자의 해임 결정을 내렸고, 문재인 대통령은 바로 다음 날(12월 28일) 이를 재가했다.
그 이후 이 청문회에서 벌어진 일들과 부적절한 발언에 대한 질책이 국회에서 나왔다. 2018년 3월 29일 있었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청문 회의록을 근거로 문제가 지적되자, 이효성 당시 방송통신위원장은 “적절한 발언이 아니었다. 청문 주재인은 엄정한 중립을 지켜야 하는데”라고 시인했다.
그럼에도 필자의 불법적 해임은 그대로 유지됐다. 그때는 법이고 상식이 통하지 않던 유사(類似) 전체주의 체제였다고 본다. 이날 일어난 일들은 한국 사회의 저급한 수준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고 방송 장악의 실태를 보여준 살아있는 예이다. 자신들의 목적이 신성하니 수단은 좀 문제가 있어도 괜찮다는 식의 양심의 집단마비 현상이 나타났다.
그들은 필자 가족들의 사진을 집 앞에서 마음대로 찍고, 그것을 동네방네 보여주며 필자의 법인카드를 가족들이 사용하지 않았냐고 탐문하고 다니기까지 했다. 파업 중인 사람들이 취재를 가장한 민간인 사찰을 이렇게 공공연히 해도 되나? 이런 행동들은 필자 동네에서 사업하는 분들에 의해 알려졌고 언론의 후속 취재를 통해 드러났다.
필자는 이러한 압력에 유일하게 버텼고,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해임당하는 길을 택했다. 그 결과 문 대통령을 상대로 불법 해임에 대해 유일하게 소송을 제기할 수 있었다. 필자는 1·2심 모두 승소했고 2021년 9월 대법원은 문 대통령의 상고는 심리할 가치도 없다는 ‘심리불속행 기각’을 줬다. 무려 3년 8개월이 걸렸다. 하지만 승소했다고 복직할 수도 없었다. 보상금도 소액 받았지만 나에게는 명분이 중요했다.
문재인 정권 하에서
KBS,
MBC 등 지상파 방송이 전부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라는 외부의 단일 조직이 좌지우지하는 사상 초유의 불건전한 상황이 전개됐다. 즉 정권과 지지 세력의 나팔수 역할을 하는 선전 선동방송이 돼버렸다.
KBS,
MBC 등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이 났을 때 ‘조국수호방송’으로 전락하는 방송 사상 최악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고도 부끄러워할 줄도 모른다. 지난 대선에서 정권이 바뀌고도 방송 장악에 앞장섰던 사람들이 더 중요 직책에 올라가고 온갖 불공정 보도를 계속하고 있다.
민주당 추천 현
KBS 이사인 윤석년 교수는 2020년 방통위의
TV조선 재승인 당시 심사위원장을 맡았다. 그는 당시 심사에서 방통위 공무원들과 공모해 점수를 일부러 낮게 준 혐의로 지난 2월에 구속됐고 3월에 재판에 넘겨졌다.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장도
TV조선 재승인 당시 점수 조작에 관여한 혐의로 불구속기소됐고 5월 말 면직처리됐다. 지난 5월 말
KBS 여권 추천 이사들이 이사회에 윤 이사 해임안을 올렸지만 4대 6으로 부결됐다. 야권이 추천한 이사들이 모두 반대했기 때문이다. 법적 문제가 없던 필자의 해임을 강력히 요구하던 현 경영진과 언론노조, 그리고 민주당은 구속기소된 윤 이사의 해임을 요구하기는커녕 그를 감싸기에 바쁘다. 이 엄청난 모순에 대해 뭐라고 말할 것인가.
현재 공영방송은 대증(對症)요법으로는 치료할 수 없는 수준이라 해체 수준의 구조조정과 개편이 필요해 보인다. 허구와 위선에 기초한 방송은 존재 의의와 가치가 사라졌다. 문화대혁명의 홍위병과 같은 역할을 마다하지 않고 집단적인 발작 상태에 빠져 조직이 망가졌다고밖에 볼 수 없다. 자업자득(自業自得)이다.
현 김의철
KBS 사장은 언론노조의 방송 장악에 가담한 사람이라 사장직을 유지할 자격이 없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양승동 전
KBS 사장 시절 회사 내부 숙청위원회 격인 ‘진실과미래위원회’가 설치됐는데 양 전 사장은 이를 만들면서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혐의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진미위 규정에 인사 조치나 징계 등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조항을 두면서 ‘근로자 과반 혹은 과반 노조의 동의’를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KBS 이사회에서 진미위 규정 통과를 강력하게 주장했던 권태선 이사는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으로 영전했다. 그는 방송언론계에 있을 자격이 없다. 진실과미래위원장이었던 정필모 당시
KBS부사장은 현재 민주당의 비례대표 국회의원이고, 김의철 사장, 김덕재 부사장은 당시 이 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게다가
KBS의 보도국장은 연속적으로 세 번 내리 민노총 언론노조
KBS본부(2노조)위원장 출신이다.
김의철 KBS 사장이 6월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아트홀에서 수신료 분리 징수 권고와 관련한 KBS의 입장과 대응 방안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요즘
KBS의 수신료 징수 문제가 현안으로 떠올랐다. 국민의 다수가 수신료 강제징수에 반대한다. 보지도 않는 방송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병합해 강제로 납부하는 것은 문제라 아니할 수 없다. 수신료를 준조세처럼 걷는 것은
KBS가 공익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전제에서만 가능하다. 그러나 편파적으로 진영을 앞세운 방송을 계속해왔던
KBS는 공정한 서비스를 전혀 제공하지 못했다. 국민들 중 상당수는
OTT(동영상 스트리밍)를 통해 원하는 것을 보고 있고, 위성·케이블 방송 비용을 이미 지불하고 있다.
KBS 수신료는 이중 지급이라는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KBS를 시청하지 않는 국민들의 선택권도 존중 받아야 한다. 수신료는 공정방송을 할 때 받을 수 있는 것인데,
KBS는 엉터리 방송을 하면서 지나치게 고연봉(평균연봉 1억원 정도)이기도 하다.
KBS는 총예산의 45% 정도인 약 7000억원에 달하는 수신료를 받으며 편하게 살았다. 그런데도 현 경영진 체제에서 적자를 냈다. 2023년 1분기 적자만 425억원이다. 적자는 고스란히 국민 세금으로 벌충해야 한다. 국민들이 이런 문제들을 다 부담하는 것도 상식적이지 않다. 수신료는 분리징수를 해야 하고,
KBS는 구조적으로 재조직해야 하며,
MBC는 민영화도 고려해봐야 할 것이다.
강규형 명지대 교수, 전
KBS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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