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노조 공감터] ‘디올백 선전’ 앞장선 MBC 기자들
MBC 뉴스데스크가 신이 났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갈등이 불거지자 비슷한 내용을 재탕 삼탕해가며 톱뉴스 5꼭지의 물량전을 폈다. (이렇게 반길만한 소재를 전날(21일) 사태가 불거졌을 때는 왜 MBC만 보도를 못 했는지 이상할 지경이다. 이 엄청난 낙종에 임영서 뉴스룸국장과 김희웅 정치팀장이 얼마나 민망해하고 자책했을까 상상이 된다.)
대통령과 여당 비대위원장 간의 이례적 충돌은 심도 있게 보도할 가치가 충분하다. 하지만 MBC는 이를 보도하는 과정에서 타사와는 달리 유난히 김건희 여사와 명품백 문제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MBC는 어제 갈등 소식을 전하면서 톱 리포트 3꼭지에서 명품가방 의혹을 계속 부각시켰다. 성장경 앵커는 3개의 리포트 모두에서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이란 말을 반복했다. 두 번째 리포트의 온라인뉴스 제목은 [‘명품백 의혹 어찌할까]였다. 심지어 세 번째 리포트 [핵심은 ‘명품가방 의혹’?] (이용주기자)에서는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사이에 김 여사를 배치한 그래픽을 앵커 배경화면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MBC는 당정 충돌 소식을 전하면서 이렇게 ‘김건희 여사가 명품 가방 받았다’는 말을 서동요 부르듯 반복하고 반복한 것이다. 타사는 이러지 않았다. 타사가 당정간 충돌의 주요 배경인 명품 가방 의혹을 안 다룬 건 아니다. 하지만 MBC처럼 노골적으로 후렴구 부르듯 반복해서 시청자들을 세뇌하진 않았다.
MBC는 또 큰 낙종을 한 전날에도 김 여사를 둘러싼 여당 내 갈등 상황을 전하면서 온라인뉴스 제목에 [디올백 사과]라며 브랜드를 적시하기까지 했다. 민주당에서 만들어 전파하는 밈을 공영방송이 퍼 날라준 것이다.
현재 여권에서 김 여사 문제가 큰 갈등요소인 것은 맞다. 그런데 균형을 주요 가치로 여기는 공영방송이라면 간과해선 안 될 점이 있다. 지난해 11월27일 ‘서울의 소리’가 명품 가방 몰래카메라 영상을 공개하자 대부분의 언론사는 ‘함정취재 공작’임이 명백했기 때문에 이 소식을 다루지 않았다. MBC도 자사 기자 장인수 씨가 개입된 보도였지만 직접 보도는 자제했다. 그러다가 다음날 민주당이 문제 제기하자 관련 소식을 단신 보도하기 시작했다.
MBC는 그 이후 조용하다가 김건희 특검법 처리가 공론화되자 ‘기다렸다는 듯’ ”명품백 문제도 함께 도마에 올랐다“면서 본격적으로 선전전을 시작했다. 야당의 공세로 보도가 늘어나면서 명품백 문제는 이제 MBC에서는 가장 관심거리가 됐다. 전형적인 카드쌓기 보도의 사례다. MBC기자들에게 이제 ‘함정취재’라는 불법성과 직업적 부도덕성은 더 이상 안중에도 없어 보인다.
MBC를 비롯한 좌파언론의 보도를 보면 야당에게 유리하게 프레임을 전환시키는 교묘한 특기가 있다. 처음엔 ‘함정취재 공작’이라는 사실이 메인이었고 ‘명품백 수수’는 부차적인 문제였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함정취재라는 본질은 흐려지고 명품백 수수라는 자극적 공격 소재만 돋보이게 만드는 기술이다.
비슷한 예가 지난주 발생한 진보당 강성희 의원 난동 사건이다. 대통령 행사에서 소란을 피우다가 끌려 나갔는데 야당과 좌파 언론이 중심이 돼 볼썽사납게 끌려나간 장면을 부각시키며‘국회의원 강제 퇴장 사건’으로 규정했다. 원래 ‘난동’이 메인이고 ‘퇴출’은 부차적인 일이었다. 그런데 프레임 전쟁을 거치면서 피해자가 가해자로 전락해 사과를 요구받는 어이없는 상황까지 된 것이다.
영부인의 사적 선물 수수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은 아니다. 다만 이 사건의 본질은 치밀하고 집요하게 준비된 ‘함정취재 정치 공작’이라고 생각하는 국민과 정치세력이 있다는 점을 알아야한다는 것이다. 적어도 공영방송 기자들은 이 점을 인지하고 보도에 균형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2024.1.23.
MBC노동조합 (제3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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