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노조 공감터] ‘잠입’인가 ‘함정’인가?.. 몰카로 기자 본인을 취재한 MBC
어제 뉴스데스크가 톱뉴스로 이른바 ‘쿠팡 블랙리스트’ 의혹을 3꼭지 집중 보도했다. 오늘도 후속 보도를 계속하겠다고 예고했다. 쿠팡 측이 2017년부터 일용직이나 계약직 가운데 채용기피 인물 1만 6천여 명의 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해왔으며 이는 ‘취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문서를 만들지 못하도록 한’ 근로기준법 위반이라는 지적이었다.
법 위반인지, 또는 쿠팡 노동자들이 권리를 침해당했는지 등은 마땅히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소재다. 그런데 취재 과정에서 취재윤리 위반 등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다.
차주혁 기자를 중심으로 한 취재팀은 MBC 기자들을 쿠팡 물류센터에 일용직 직원으로 투입해서 현장 실태를 보여줬다. 일종의 잠입취재를 시도한 것이다. 쉽지 않은 취재과정이었을 것임을 이해한다.
그런데 그들이 보여준 것은 쿠팡 블랙리스트가 아니라 ‘쿠팡 물류센터에서 직원들이 일을 잘 못하면 구박을 당하더라’는 정도였다. 특히 문제는 MBC 기자들은 쿠팡 직원들이 당한 불이익이나 피해를 촬영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모습을 취재해 나왔다는 것이다.
뉴스를 보면 기자의 미숙한 일처리에 관리자로 보이는 직원이 채근하거나 답답해하는 음성이 들린다. 아마 기자는 ‘이렇게 일을 못하거나 문제를 일으키면 블랙리스트에 올라갈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려 한 듯하다.
그런데 적지 않은 시청자들은 이런 생각을 했을 수 있다. ‘기자가 어떻게 일을 했길래 저런 말을 듣지?’ ‘일부러 일을 못해서 관리자들 화를 돋운 것 아닌가?’ 등등.
무엇보다 기자가 취재를 한 것이 아니라 연기를 한 것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 뉴스의 객관성을 담보하지 못했다는 말이다. 잠입취재라면 접근하기 힘든 현장에 위험을 무릅쓰고 들어가 그 문제점을 담아오는 것일 텐데, 자신들이 직접 문제를 일으키거나 업무를 방해해놓고 그에 따른 반응을 촬영해오면 어떻게 객관적인 보도라고 할 수 있겠는가?
기자가 험악한 상황을 유발한 일종의 함정취재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과거 MBC 기자가 PC방의 전원을 끄고 이용자들의 폭력적 반응을 유도해 물의를 일으킨 사례를 잊었나 보다.
또 한 가지, 10분 가까운 집중 보도에서 쿠팡 측의 반론은 구색 맞추기에 불과해 보일 정도로 빈약했다. MBC는 세 번째 리포트의 끝부분에 고작 2문장을 할애해 (1) 쿠팡 측은 문건 존재를 모른다고 했다. (2) 쿠팡측은 “수십만 직원을 보호하고 안전한 사업장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라고 공식 해명했다”는 반론을 실었을 뿐이다. 이러한 내용이 실제 쿠팡 측이 해명하고자 하는 내용일까 의심스럽다. 업체 측의 반박 내용이 보도가 아니라 고소장에 실릴까 우려된다.
2024.2.14.
MBC노동조합 (제3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