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노조 공감터] 이성 잃은 ‘쿠팡’보도.. 심지어 팩트까지 왜곡한 MBC
이번엔 국회의원이었다. 쿠팡이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일용직*계약직 사원들을 대상으로 재고용을 막기위해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운용했다고 연일 대서특필하고 있는 MBC 뉴스데스크. 쿠팡이 직원뿐 아니라 기자들까지 명단에 포함시켜서 취재를 봉쇄하려했고, 또 유튜버들에 대해서도 사찰을 했다는 식으로 무리한 보도를 이어가더니 어제는 국회의원까지 블랙리스트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우리는 쿠팡이라는 개별 기업의 유불리와 상관없이 MBC의 보도가 이 ‘블랙리스트’ 사안을 확대하기 위해 비상식적이고 비윤리적인 보도를 이어가고 있음을 우려한다. 어제 ‘국회의원 보도’는 의도적 왜곡이었다는 비판을 받을만하다.
김건휘 기자의 [현직 국회의원도 ‘명단’에..이탄희 의원과 보좌관 등재 확인]이라는 리포트다. 성장경 앵커는 “문제의 리스트에 낯익은 이름을 발견했다. 국회의원 이탄희, 쿠팡에서 체험을 한 뒤 열악한 근무여건을 비판한 적이 있다. 리스트에 적힌 사유는 ‘근무지 무단이탈’이었다”라고 전했다.
시청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이 의원이 쿠팡을 비판했다가 블랙리스트에 올랐다고 생각할 것이다. 사유인 ‘근무지 이탈’은 핑계라는 뉘앙스다. 김 기자도 리포트에서 이탄희 의원이 2021년 9월 한 토론회에서 쿠팡의 근무여건을 비판하는 상황을 자세히 보여준 뒤 “이 때문이었을까. 이탄희 의원이 이름을 리스트에서 발견했다”라고 보도했다.
그런데 어제 보도 이후 쿠팡 측에서 밝힌 입장문에 따르면 이 의원은 ‘비판’ 때문이 아니라 ‘근무지 무단 이탈’ 때문에 리스트에 올랐다. 쿠팡 측은 이 의원의 쿠팡 비판 뒤 10개월이 지난 2022년 7월 6일에 이 의원이 9시간의 물류센터 일용근로를 신청한 뒤 4시간 일하고 무단 퇴근했다고 한다. 그 일로 리스트에 올랐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국회의원 이탄희가 아니라 일용직 이탄희씨가 회사 업무를 방해해 리스트에 올랐던 것이다.
김건휘 기자는 리스트에 나와있는 날짜 등 관련 사실을 파악했을 게 분명하다. 적어도 이 의원의 비판 발언과 리스트 등재는 10달이나 차이가 나 별개의 이벤트임을 알았을 것이다. 그런데 김 기자는 단순히 이 두 가지 팩트를 연결해 원인과 결과인 것처럼 호도한 것이다.
심지어 MBC 온라인 뉴스의 제목은 [현직 국회의원도 리스트에..도대체 왜?]였다. 왜라니.. 김 기자는 분명 사실을 파악했을텐데 어떻게 ‘회사를 비판해서 리스트에 올랐다’는 식으로 보도하는가 말이다. 우리는 지금 쿠팡의 리스트가 합법이라는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이런 식의 왜곡보도는 취지가 어찌됐건 기자로서는 절대 시도해서는 안 되는 금기인 것이다.
MBC 기자가 연출한 물류센터 몰카 보도에 이어 이번엔 팩트 왜곡까지 쿠팡 리스트에 대한 MBC의 보도는 이성을 잃었다. 이런 고발보도일수록 더욱 객관적이고 냉정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2024.2.16.
MBC노동조합 (제3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