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으로 치닫던 의료공백 사태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어제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의대 교수들과 면담을 가진 뒤 중재에 나섰고, 윤석열 대통령도 유연한 대응을 지시했다. 어제 지상파 방송을 포함해 거의 모든 언론의 톱뉴스였다. 그런데 MBC의 보도는 역시나 남달랐다. ‘정치쇼’라는 프레임을 들고나온 것이다.
강연섭 기자는 [“의사면허 정치 유연히 처리..협의체도 구성”] 톱뉴스에서 윤 대통령의 전향적 태도변화 소식을 전하면서 느닷없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5주 전 발언을 비중있게 다뤘다.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요구를 던진 다음... 누군가가 나타나서 이거를 규모를 축소하면서 원만하게 타협을 끌어내는 그런 정치쇼를 하려는 것 아니냐...”(이재명 대표, 지난달 19일)
지상파 중 MBC만 이 발언을 소환했다. 강 기자는 이재명 대표의 선견지명에 감탄이라도 하듯 민주당이 깔아놓은 ‘정치쇼 프레임’을 되살려 준 것이다.
강연섭 기자와 MBC 뉴스룸 기자들,, 이런 식으로 기사 쓰는 거 아니다. 특히 선거를 앞둔 시점에 스트레이트 뉴스를 처음부터 이런 식으로 정치적 잣대로 색깔을 칠해 보도하면 안 되는 것이다. 우선 어제 상황을 충실하고 객관적으로 전하고, 필요하다면 의사 단체의 반응과 전망, 그 배경 등을 짚으면 된다. 그런데 MBC는 시작부터 성이 나서 ‘여당의 정치쇼’라고 흥분한 것이다. 혹시라도 여당 표에 도움이 되면 안 된다고 걱정하는 인상이 짙다.
강연섭 기자와 임영서 국장 등에게 묻는다. 그러면 선거를 앞둔 시점이니까 극적인 사태 해결은 안 된다는 것인가? 아니면 애초에 의대정원 확대 등 의료개혁을 이번에도 뒤로 미뤘어야한다고 주장하고 싶은 것인가? 이는 국민 대다수는 물론이고 양심적인 의사들도 상당수 인정하는 개혁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등 전 정부에서는 알면서도 이같은 갈등과 혼란을 우려해 무책임하게 미뤄뒀던 사안이다. 역시나 의사 집단의 저항은 필사적이었고 파장은 컸다. 진료차질은 물론 전공의들에 대한 사법처리, 또 대형병원들의 급격한 경영난, 관련 산업에 미치는 여파 등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처하기 전에 누군가 나서서 해결책을 찾아야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의료공백도 의도된 것이고 해결하려는 노력도 모두 계획된 쇼다? 어떻게 이번 사안에서도 MBC는 민주당의 음모론적 시각을 그대로 반영하는지 감탄스러울 지경이다. 뿐만 아니다. 의대정원 확대 문제를 놓고 불거진 일련의 사태에 대해 MBC는 민주당과 스탠스가 비슷했다. 국민 대다수가 바라는 일인데도, 민주당과 MBC는 정부에 힘을 실어주기는커녕 강 건너 불구경하듯 지켜보기만 했다. 정치적으로 사안을 본 것이다.
그러다가 뭔가 해결될 듯한 기미가 보이니까 어깃장을 놓고 싶은 건가? 다시 말하지만 MBC는 보도를 하라. 보도를 가장한 정치 말고.
2024.3.25.
MBC노동조합 (제3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