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들에게 11억 원 대출은 꿈같은 이야기다. 더구나 대학생 딸 이름으로 사업자 대출을 받는다는 건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다. 그래서 너무 쉽게 이를 해낸 민주당 양문석 후보에게 권력형 비리를 의심하는 것이다.
양문석 후보는 그게 ‘업계의 관행’이라고 했다. 새마을금고에서 먼저 제안했다고도 주장했다. 금융기관 문턱에 가로막혀 사채로 내몰리는 서민들이 들을 때 억장이 무너질 소리이다. 그것이 양 후보 불법 대출 의혹에 국민들이 분노하는 이유이다.
MBC도 이를 보도하기는 했다. 그러나 어떻게든 축소하고 외면하고 싶은 의도가 드러난다. 3월 28일 첫 뉴스데스크 보도 때 서울 경기 이외의 시청자들은 볼 수 없게 로컬 타임에 배치했다. 다음날 11번째 순서로 조금 올라오긴 했지만, 민주당 김준혁 후보 막말 의혹과 묶어서 보도했다. 3월 30일 뉴스데스크에서는 비판인지 해명인지 논조가 애매해졌다. 제목이 ⌜“새마을금고가 대출 제안” 항변‥“가짜뉴스는 고소”⌟였다.
그리고 어제는 아예 여야 난타전으로 뭉개버렸다. 양문석 후보 의혹을 두 문장 22초 보도했고, 민주당 공영운 양부남 후보와 국민의힘 신범철 장진영 조수연 후보에 대한 양당의 비판을 모두 묶었다. MBC 김정우 기자는 “여야 모두 논란을 키우는 데만 주력한다”고 비판했다. 시청자들에게는 “MBC는 민주당에 불리한 건 보도하기 싫다”는 의미로 들렸을 것이다.
취재 태도도 문제다. 양문석 후보에게 11억 원을 대출한 대구 새마을금고를 한 번이라도 취재는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MBC 뉴스에서 관계자 인터뷰는 물론 외경 사진 한 장 찾아볼 수 없다. 이종섭 전 대사가 부임할 때 호주까지 쫓아갔던 것과 달라도 너무 다르다.
MBC는 3월 4일 이종섭 전 국방장관이 호주 대사로 임명된 뒤 뉴스데스크에서만 관련 리포트를 무려 65번이나 방송했다. 3월 14일 황상무 전 시민사회수석이 방송 기자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실언한 뒤 관련 리포트를 22번 방송했다. 민주당 양문석 후보 의혹에 미적대는 모습을 보면 MBC의 두 사건 보도는 정치공세였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MBC 경영진은 얼마 전 사내 게시문에서 ‘MBC 뉴스가 세상의 어둠을 밝히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영방송이 MBC처럼 어둠을 선별적이고 편향되게 밝히면 그 세상이 좋아질지 모르겠다.
잘못을 알아야 개혁의 의지도 생긴다. 옛날 MBC 선배들은 뉴스가 불공정하면 부끄러워했다. 그러나 지금 MBC 언론노조원들은 뉴스가 불공정한 걸 오히려 자랑스러워하는 것 같다.
2024년 4월 1일
MBC노동조합 (제3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