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갈등과 관련해 MBC 뉴스데스크만 연일 청개구리식 보도를 하고 있다. 그제 윤석열 대통령의 담화에 대해 지상파 방송사들과 대부분 언론이 ‘윤 대통령의 2천 명 조종 여지’를 주요 내용으로 전한 것과 달리 MBC는 ‘2천 명 조정 불가’라는 식으로 호도한 바 있다.
어제는 윤 대통령이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전공의들과 직접 대화 의지를 밝혔고, KBS와 SBS는 모두 이 점을 앞세워 제목을 뽑고 이 내용을 앞세워 보도했다. 속보인데다 사태의 흐름상 당연한 구성이었다. 그런데 MBC는 또 어땠나?
[담화따로 해석따로?..“또 듣기평가하나” (김민찬 기자)] 이게 어제 의정갈등 사태를 다룬 MBC 뉴스데스크 제목이었다. ‘윤 대통령이 모호하게 담화를 해서 혼선을 불렀다’라는 식의 자기변명과 대통령 비판을 앞세운 것이다. 그러다가 정작 대통령이 전공의들에게 만남을 제안했다는 중요한 내용은 제일 마지막에 한 줄 걸쳤을 뿐이다.
그뿐만 아니다. 이어지는 박소희 기자의 보도 [“정치적 수사에 불과”..대화 가능성 일축]을 보자. 윤 대통령은 현재 가장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세력인 전공의들에게 만나자고 했다. 그러면 뉴스는 그들의 반응을 우선 다뤄야 한다. 전공의들은 답이 없었다. 반발도 나오고 수용주장도 나오고 여러 가지 고민할 것이다. 그러면 그런 분위기를 앞세워 전해야 한다. 그런데 MBC는 ‘대화 일축’이라고 제목을 뽑았다. 이건 누구의 입장인가? 보도를 보면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장의 반응일 뿐이다. 이건 의도적인 조작인 셈이다. 대통령과 전공의의 대화를 평가절하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또한 MBC의 보도를 보면 대통령 담화 이후 전개에 대한 흐름을 전혀 읽을 수 없다. 월요일 이후 상황은 [대통령의 2천 명 조정 여지 -> 의대교수협의회가 대통령에게 대화 제의 건의 -> 대통령의 전공의 대화 제의] 이었다. 그런데 MBC 보도를 보면 이같은 흐름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왜? ‘2천 명 조정 불가’라고 못 박으면서 첫 단추를 잘못 끼우는 바람에 스텝이 꼬인 것이다. 어제 의대 증원에 절차적 문제를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법원이 기각 결정을 내린 사실을 MBC가 보도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의료공백 사태로 국민의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공영방송은 이런 위기 상황 해결에 적어도 도움이 되는 보도를 해야 할 것이다. 타사는 ‘대화의 물꼬’를 찾으려는 정부의 노력을 전하고 있을 때 MBC는 대화에 찬물을 끼얹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할 지경이다.
우리 노조는 이미 여러 번 의료공백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보도를 주문했다. 그런데 일련의 MBC 보도를 보면 ‘혹시라도 극적으로 해결돼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을 비판할 거리가 없어지는 것 아닌가’ 걱정하는 것 같은 인상을 줄 지경이다.
이 와중에 어제 뉴스데스크는 또 박정희 전 대통령 위안부 성관계, 이화여대생 성상납 등 입에 담기 힘든 막말을 내놓고 있는 민주당 김준혁 후보의 어깨 위에 국민의힘 로고를 새겨넣는 황당한 일까지 벌였다.
또 의료공백 사태가 가장 큰 이슈로 부각된 상황에 어제 MBC 뉴스데스크의 톱 블록은 대통령의 대화 제안이 아니라 ‘고물가’였다. ‘대파 가격 논란’을 앞장서서 보도한 MBC답게 한 번이라도 더 고물가 고통을 강조하고 싶어하는 의도가 엿보인다. 선거만 바라보느라 중립성과 객관성인 보도는 아예 내팽겨친 것 같다.
2024.4.3
MBC노동조합 (제3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