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골적으로 의사 편든 MBC.. 재판에 영향 미치려 하나?
정부가 의사단체의 반대를 무릅쓰고 의대 증원 정책을 계속 진행할 수 있을지 여부가 이번 주에 법원 결정으로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의대 교수와 전공의, 의대생 등이 낸 집행정치 항소심 결정에 의사들과 정부뿐 아니라 온 국민이 관심 쏠리는 상황이다. 이 와중에 MBC가 재판을 코앞에 두고 노골적으로 정부를 비판하고 의사 단체에 힘을 들어준 보도를 어제 뉴스데스크 톱뉴스로 내보냈다. 누가 봐도 정치적 의도가 있는 보도였다.
뉴스데스크는 [갑자기 등장한 ‘2천명’..”증원 근거 없었다“](유서영 기자)라는 제목의 단독보도에서 의대 증원 규모 2천 명은 갑자기 등장한 것이고, 관련회의 참석자 중에 ”2천 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등 반론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전체 위원이 몇 명인지는 밝히지 않은 채 우려의 목소리를 낸 2명의 의견만 소개했다. 게다가 누가 했는지도 모르는 ”증원 근거 없었다“라는 발언을 제목으로 뽑았다.
또 각 대학 증원분 배정위원회 회의는 참석자 명단 없이 요약본만 냈다고 전했는데, 이 역시 의사단체가 그동안 주장해온 비판 내용이다. 결국 의도를 가진 세력이 전해준 회의록을 가지고, 그중 일부 반대 혹은 우려의 목소리를 낸 위원들의 의견을 전하면서 의사 단체의 주장을 대신 해준 것이다.
”3천 명 늘려야한다“는 왜 뒤로 미뤘나?
유서영 기자는 이어지는 출연 꼭지에서 ”회의록에 3천 명은 증원돼야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그 회의록을 보면 의견이 분분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3천 명은 늘려야“라는 제목을 앞세워 보도할 생각은 왜 못했나? 의사 정원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싣고자 한다면 이러한 제목으로 보도할 수 있었을 것이다. 중립적이고 상식을 갖춘 언론인이라면 적어도 양측의 주장을 한 리포트에 담아서 다뤘어야 한다. 적어도 의정간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공영방송이라면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줘선 안 되는 것이다. MBC의 어제 보도는 전적으로 의사 편이었다.
의사단체 측은 정부가 법원에 제출한 자료를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할 예정이라고 한다. 정부는 이에 대해 ”여론전으로 재판부에 영향을 미쳐 재판을 방해하려는 의도“라고 비판하고 있다. 결국 이같은 민감한 시기에 MBC는 무책임하게 의사들에 앞서서 바람잡이에 나선 셈이다.
‘MBC의 결’ 때문인가?
MBC는 그동안 의정갈등 사태를 다루면서 정부에 비협조적이었다. 의대증원을 원하는 여론조사 결과를 제대로 소개하지 않는가 하면, 진료차질 사태에 대해 정부의 책임을 주로 강조하는 식이었다. 그러더니 이제는 노골적으로 정부의 일방적 증원 추진이라는 의사단체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나선 것이다.
최근 뉴스룸에선 ”우리 결에 맞는가?“라는 말이 자주 들린다고 한다. 뉴스 가치를 MBC의 정치적 노선 (구체적으론 수뇌부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재단하는 게 일반화됐다는 얘기다. 의정갈등에 대해서도 MBC의 스탠스는 윤석열 정부의 실정으로 몰아가려는 의도가 명확해보인다. 우리 노조는 이미 몇 차례에 걸쳐 국가 의료체계와 당면한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는 객관적 보도를 해달라고 촉구했다. 그런데 역시나 박범수 국장 등 보도수뇌부들은 다른 기준으로 이 사태를 대하고 있다. 정권에 타격을 줄 또 하나의 아이템으로 활용하고 싶은 건 아닌지 묻고 싶다. 다시 말해 환자들은 어찌되든 말든, 응급실 뺑뺑이를 더 돌든 말든 윤석열 정부에 일격을 가하는 방향으로 결말이 나기를 원하는 것 아닌지 말이다.
지금이 문재인 정부였다면, 민주당 정부였다면 MBC 뉴스가 어땠을까? 아마 매일 환자들의 불편과 미래 의료시스템에 대한 걱정, 일부 의사들의 탐욕스런 행태 등으로 도배하고 있을 것이다. 이런 게 ‘MBC의 결’이 아닌지 양심있는 뉴스룸 기자들이라면 한번 생각해보기 바란다.
2024.5.13.
MBC노동조합(제3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