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운도 벤츠’가 의료개혁보다 중요한가?
의대정원 확대의 분수령이었던 의사단체의 가처분신청 항고심 결과가 어제 오후 늦게 나왔다. 의료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해온 정부와 필사적으로 저항하는 의사단체의 갈등 상황에서 나온 법원의 판단이어서 당사자들뿐 아니라 온 국민의 관심이 쏠린 결정이었다. 뉴스데스크 시작 세 시간 전에 나온 결정이어서 속보로서의 가치도 컸다.
지상파 방송은 물론 거의 모든 언론이 톱뉴스로 다뤘는데 MBC만 ‘시큰둥’이었다. 가수 김호중 음주운전과 설운도 벤츠 차량의 에어백 문제보다도 뒤로 밀린 10번째 아이템이었다.
지난 12일에 뉴스데스크는 톱뉴스로 [갑자기 등장한 ‘2천명’..”증원 근거 없었다“]라고 의사 측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항고심을 앞두고 의사단체의 여론전에 바람잡이 역할을 해준 것이었다. 그러면서 법원이 어떤 판결이 나올지 큰 관심이라며 분위기를 띄웠다. 그러더니 정작 법원의 결정이 나왔는데 보도를 뒷전으로 미룬 것이다. 전공의뿐 아니라 교수들도 병원을 떠나 환자들은 큰 불편을 겪고 있는 이 상황에 이 중요한 뉴스가 MBC에서만 갑자기 가치를 잃은 이유는 무엇인가?
이미 우리는 공감터와 성명에서 박범수 국장 등 MBC 보도 수뇌부의 정치적 편집을 여러 차례 지적해왔다. 그들은 국민의 건강과 공공복리와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도 자신들의 정치적 유불리를 기준으로 뉴스를 재단했다. 그동안 MBC 보도를 보면 다분히 법원이 의사단체의 손을 들어줘서 윤석열 정부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을 바라는 듯했다. 하지만 법원이 의대증원 절차의 정당성과 필요성을 인정해주자 뉴스의 중요성과 시의성에도 불구하고 자체를 홀대했다. 심지어 대통령실의 반응을 전하면서 ‘격한 안도’라는 기괴한 표현까지 썼다. 아마도 정부와 여권 지지자들은 이같은 보도를 보고 MBC의 ‘격한 실망’이라며 비웃었을 것이다.
박범수 국장 취임 이후 MBC 뉴스의 편향성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거의 모든 뉴스가 정치적 잣대로 재단되는 상황이라 일일이 열거할 필요도 없을 지경이다. 반면 거대 야당의 막강한 의회 권력에 대한 견제는 찾아볼 수 없다.
그 의도는 잘 알고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한 건데 개개인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공영방송 뉴스를 사유화하지 말라. 또한 그 책임은 MBC 구성원들이 다 같이 짊어지게 될 것이란 점도 잊지 말기 바란다.
2024.5.17.
MBC노동조합 (제3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