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선 이사장은 포럼 타령 말고 독일 출장 보고서부터 공개하라
언론법학회의 ‘공영방송 법제 공동포럼’ 제안은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의 작업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단순 학술행사 계획이라기엔 의심스러운 점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공영방송 법제 개선이 목적이라면서 왜 언론법학회가 KBS이사회를 제치고 방문진에 포럼 개최를 요청했는지부터 의문이다. KBS는 MBC보다 규모도 크고 수신료를 받는 전형적인 공영방송 체제 아닌가.
언론법학회 공문의 도착 시점도 기묘하다. 5월 21일 방문진 정기이사회 안건 통보 마감 하루 전에 도착했다. 마치 누군가 알려준 것처럼 말이다.
공문 내용은 더 이상하다. 5월 21일 이사회 안건인데 5월 말에 포럼 구성을 마치자고 제안했다. 다음 방문진 이사회가 6월에 열리니, 공문을 받자마자 동의할 걸 전제하고 일정을 잡은 셈이다. 역시 누군가와 사전에 짠 게 아니라면 대단히 무모하고 무례한 행동이다.
그래서 우리는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이 임기 종료를 앞두고 민주당의 방송3법 개정 강행에 뭔가 공을 세우려 조바심을 내는 것 아닌가 의심한다. 같은 민주당 추천 김기중 방문진 이사가 언론법학회 전임 부회장이니 접촉 통로를 찾기는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권태선 이사장이 지난 4월 말 독일 출장을 다녀온 것도 이와 관련됐을 가능성이 크다. 독일 공영방송 ZDF는 다양한 이해단체 대표들로 구성된 60명의 방송평의회를 두고 있어, 좌파 진영 일부가 이를 방송3법 개정의 모델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권 이사장이 독일 출장으로 방송3법 개정 주장에 힘을 실을 보고서를 기대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ZDF 방송평의회 위원 60명 가운데 노동계 3명과 기자연합 1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방송사 구성원과는 무관한 기관 대표들이다. 작년 민주당 방송3법 개정안처럼 기자 · PD · 방송기술인 단체가 이사회 구성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더구나 이번 방문진 독일 출장에 독일에서 법학을 공부한 지성우 이사가 동행했다. 누구보다 정확하게 독일의 공영방송 법제를 조사하고 돌아왔을 것이다. 그 조사 결과가 기대된다.
권태선 이사장의 애초 목적과 달라서인지 방문진 사무처의 독일 출장 보고서 작성이 늦어지는 것 같아 우려된다. 출장 조사에 수천만 원의 예산이 들어간 보고서이다. 정확하고 상세하게 작성해 공개할 것을 요구한다.
이번 독일 출장 보고서는 앞으로 방송3법 개정 논의에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만약 권태선 이사장이 ‘공영방송 법제’에 관심이 있다면 그 출장 보고서부터 공개하라. 그리고 미진하다면 공영방송 소유구조에 관한 다양한 주제를 잡아 학술대회를 개최해도 늦지 않다. 번갯불에 콩을 볶듯 갑자기 날아온 언론법학회 공문 한 장에 거액의 예산을 들여 수상한 행사를 진행할 일이 아니다.
2024년 5월 26일
MBC노동조합 (제3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