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용 앵커가 해병대원 특검 홍보대사인가?
4년 반 만에 열린 한일중 정상회의였다. 북핵 문제 등에 대한 각국의 입장차는 있었지만 3국간 FTA 논의 재개 합의 등 의미있는 성과물을 도출한 회의였다. 그 와중에 북한은 3국 정상회의를 노려 위성발사를 통보하는 등 동북아 정세에 세계의 관심이 쏠렸다. MBC만 빼고.
대한민국의 공영방송 MBC는 자국에서 열린 이 국제 뉴스 대신 어제도 국내 정쟁으로 가득 찬 해병대원 특검법을 톱뉴스로 올렸다. MBC만 그랬다. 조현용 앵커는 지난 20일 뉴스데스크 진행을 시작한 이후 하루도 빠짐없이 ‘특검’소식으로 뉴스를 시작했다. ‘특검 앵커’, ‘특검 홍보대사’라 불릴만하다.
MBC는 민주당과 한 몸처럼 말 그대로 ‘닥치고 특검’ 기조다. MBC의 모든 뉴스를 무력화시키는 치트키다. 요즘 편집팀은 톱뉴스를 고민할 일이 없어 행복할 것 같다. 특검 관련 뉴스 내용도 균형이라곤 찾아볼 수 없고 철저히 민주당 보이스로 가득하다. “정치 사건 변질”(추경호 원내대표), “입법 독재”(정점식 의원), “불순 의도 동조 많지 않을 것” (이상민 의원) 등 타사가 소개한 특검 비판 목소리는 MBC뉴스에선 보이지 않는다. 여당에 대해선 표 단속과 가결표를 둘러싼 내분 소식만 전했다.
정부 여당에 대해 무조건적 비판 기조를 유지하다 보니 비상식적이고 자기가 한 말도 잊어버리는 황당한 상황도 벌어졌다. 한일중 정상회담 관련 출연에서 김민찬 기자는 라인야후 관련 ‘네이버 지분 매각은 아니라고 이해한다’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놓고 “마치 일본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듯”이라고 코멘트했다. 이게 무슨 말인가? 윤 대통령의 발언은 누가 들어도 정치적 외교적 수사이며 사실상의 압박이다. 어떻게 이를 두고 일본 입장을 대변한다고 규정하는지 그 용기와 무모함에 어이가 없을 뿐이다. 김 기자는 또 “윤 대통령의 유감 표명도 기시다 총리의 향후 조치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 일본 정부에 면죄부를 줬다는 야당 비판이 나오는 이유”라고 말했다. 무슨 면죄부를 줬다는 말인가? 양측 모두 외교관계와 별개라고 선을 그으면서 실질적으론 강한 힘겨루기를 한 사안이다. 김 기자는 그걸 모르고 썼을 리 없다. 결국 외교와 경제 상식을 무시한 막무가내 여론 호도용 기사일 뿐이다.
게다가 MBC는 전날 보도(김지인 기자)에서는 “ ‘기시다 총리도 행정지도 보안 점검 차원이었다’며 네이버가 일본에서 퇴출될 거라는 우리 국민들 우려를 잠재웠습니다”라고 보도했다. 전날엔 국민 우려 잠재웠다더니 다음날엔 면죄부 줬다니....
앞으로도 궁금하다 네이버는 이미 내부적으로 사업전환 등을 고려해 매각을 검토했다는데, 장기적으로 네이버가 내부 전략에 따라 라인 지분을 매각하면 MBC는 네이버 경영진을 이완용이라고 비판할 것인가?
또 연금개혁 관련 뉴스는 어땠나?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요구하는 합의안에 대해 통과시키자는 나경원 윤상현 입장만 소개하고 반대하는 안철수 유승민은 쏙 뺐다.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한 사안인데 한쪽만, 역시나 민주당만 옳단다.
류희림 방통심의위원장의 미국 출장을 비판하는 보도를 또 내보냈다. 그러면서 ‘KBS장악문건’을 보도한 <스트레이트>에 대해 방심위가 신속심의를 결정했다며 또다시 앓는 소리를 했다. 그런데 탈북작가 장진성 씨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허위제보해 <스트레이트>와 MBC, 시청자에게 큰 해를 입힌 제보자 탈북 여성이 어제 1심에서 실형을 받았다는 소식은 쏙 빼놨다. 방송의 사유화, 엿장수 맘대로 방송이다.
이렇게 하루 뉴스만 봐도 균형을 잃고 ‘민주당 방송’을 하고 있다고 비난받을만한 사례가 넘쳐난다. 다시 묻겠다. 조현용 앵커가 내세운 ‘시대의 요구’는 민주당의 요구인가? 조 앵커를 비롯해 앞으로도 오랫동안 언론인으로 활동할 젊은 기자들은 한 번 생각해보기 바란다. 정치판에, 구체적으로 민주당의 지원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경영진*뉴스책임자들과 한 묶음으로 매도되지 않기를 바란다.
2024.5.28.
MBC노조 (제3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