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1일 국무회의에서 공영방송(KBSㆍEBS) 수신료를 한국전력이 전기요금과 통합 징수하던 방식을 분리 징수로 변경하는 내용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함에 따라 KBS가 초유의 경영위기에 봉착할 전망이다. 수신료 분리 징수가 실시되면 연간 6천억원대에 달하던 KBS 수신료 수입은 1천억원대로 급감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KBS측 전망이다. 이 전망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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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과 텔레비전 방송수신료(KBS·EBS 방송 수신료) 징수를 분리하기 위한 방송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이 1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www.pennmike.com/news/photo/202307/66181_91452_4324.jpg)
전기요금과 텔레비전 방송수신료(KBS·EBS 방송 수신료) 징수를 분리하기 위한 방송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이 1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통령실에 따르면, 지난 3월 9일부터 한 달간 홈페이지를 통해 진행된 ‘국민 참여토론’에서 97%가 분리징수를 찬성했을 정도로 KBS의 수신료 강제징수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큰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지속돼온 좌편향적인 방송, 방만한 경영 등이 도마위에 오르면서 국민혈세인 수신료를 KBS에게 줄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 커진 것이다.
정부의 분리 징수 결정, KBS가 공영방송 의무 저버려도 수신료 강제징수 당하는 부조리 해소
기존 방송법 제 64조는 공영방송인 KBS가 정권이나 자본에 예속·결탁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해 수신료 강제징수를 통한 안정적인 재원확보를 하도록 규정했다. 동법 시행령 제 43조 제 2항에 따라 KBS는 한국전력에 수신료 징수업무를 위탁, 1994년부터 전기요금과 수신료를 통합징수 해왔다. 이로 인해 KBS가 공영방송의 의무를 저버리고 특정 정권을 위해 편파방송을 한다고 판단하는 국민들이 늘어난다고 해도 수신료를 강제징수당해야 하는 부조리가 지속된 것이다.
정부가 이번 분리징수를 결정함으로써 이러한 부조리가 해소됐다는 평가이다. KBS가 공영방송의 의무를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한 국민은 수신료를 납부하지 않는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는 강제징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KBS나 더불어민주당 주장처럼 KBS가 공영방송의 의무를 충실하게 지키고 있다는 여론이 우세하다면 분리징수로 인한 KBS의 수입 감소폭은 크지 않을 것이다.
KBS 김의철 사장, 국민이 KBS 신뢰한다면서 수신료는 안낼 것으로 보는 ‘자기모순’ 드러내
하지만 KBS조차도 수신료 격감을 예감하고 있다. KBS 김의철 사장은 지난 10일 사내 게시판에 글을 올려 수신료 분리징수를 앞두고 비상경영을 선포했다. 김 사장은 “이 시간부로 비상 경영을 선포한다”면서 “공사의 신규 사업을 모두 중단하고, 기존 사업과 서비스는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이며 이를 위해 비상 경영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어떤 위기가 닥치더라도 고용안정만큼은 반드시 지키겠다”고 단언했다. 언론계는 물론이고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도 팽배해지고 있는 KBS방만 경영 비판에 대해 귀를 닫고 있는 태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오히려 소수의 KBS 직원을 규합해 다수의 국민에 대항하겠다는 입장으로 분석된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TV 수신료` 분리 징수 관련 안건 설명을 하는 모습을 KBS 취재진이 촬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 사장은 “헌법재판소에 이미 제기한 헌법소원 외에도 향후 수신료 분리 징수 관련 시행령이 공포되는 즉시 위헌 소송을 제기하겠다”면서 “한국전력과 협상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며 "징수율을 높일 아이디어를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김효재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이 “KBS가 피 같은 수신료를 월급으로 탕진한다”고 비판한 데 대해서도 “망언 수준의 발언이다. KBS는 공신력 있는 대다수 매체 조사에서 영향력과 신뢰도 1·2위를 놓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KBS가 국민의 신뢰를 얻고 있다고 강변하면서도 수신료가 분리 징수되면 다수 국민이 수신료를 납부하지 않을 것이라는 두려움에 떠는 것은 자기모순적 태도라는 지적이다.
홍준표 대구시장, 반발하는 KBS에게 “어차피 수신료 폐지돼, 새 길 찾아라” 권고
이번 분리 징수 제도 도입이 결국 KBS 수신료 폐지 시대를 여는 신호탄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KBS, MBC, SBS 등 3개의 공중파가 방송영역을 독점하던 시대에 도입된 KBS 수신료는 종합편성 채널을 포함한 수백개의 TV채널, 넷플릭스 등 다양한 OTT(Over The Top.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TV 서비스) 등의 선택권이 확장된 시대에 강요될 수 없는 국민부담이 되버렸다는 의견이 만만치 않다. KBS를 거의 시청하지 않는데 수신료를 내는 불합리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소비자가 구매한 상품에 대해서만 돈을 지불하는 원칙이 공중파 방송 시장에서도 지켜져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11일 페이스북에서 방송법 시행령 개정 관련 입법예고 기간을 10일로 단축한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헌법소원 심판을 제기한 KBS를 겨냥해 “그렇게 편법 강제 징수를 헌법소원해 본들 위헌 판결날까. 헌법재판소에 아직도 진보 심판관이 많다고 그거 믿고 그러나”라면서 “새로운 길 찾아라. 어차피 수신료 폐지 시대로 간다”고 권고하기도 했다.
한전은 당분간 ‘통합 징수’ 하지만 수신료 안내도 ‘단전’ 등 강제조치 안해
지난 1994년부터 30년 가까이 이어진 `통합 징수` 체계가 ‘분리 징수’로 변경되지만, 시청자들이 주의할 사항이 있다. 징수 체계의 근본적 변화에 따른 실무 준비가 진행중인 탓에 일단 신청자에 한해 분리 징수를 적용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은 전기요금 청구서와 TV 수신료 청구서를 별도로 제작·발송하는 `청구서 별도 발행` 방식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지만, 당분간은 현행 통합 징수 방식의 기본 틀을 유지할 계획이다. `분리 납부`를 요청한 고객에게만 별도의 입금계좌를 안내한다는 입장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기요금 자동이체를 해온 고객의 경우 분리 납부 요청을 하면 한전이 TV 수신료 납부 전용 계좌만 별도로 안내한다. 기존의 자동이체는 유지되면서 매달 지정된 계좌에서 TV 수신료를 제외한 전기요금만 빠져나가는 방식이 적용된다.
분리 징수를 도입한 이번 시행령 개정에도 불구하고, TV를 가진 전기 사용자는 수신료를 낼 의무를 여전히 지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전은 고객이 TV 수신료를 내지 않고 전기요금만 납부해도 ‘단전’ 등 강제 조치에 나서지는 않을 방침이다. 분리 징수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이다.
한전의 수신료 징수 위탁업무는 ‘KBS 적자 요인 떠안기’, KBS 스스로 수신료 징수해야
KBS 수신료 징수 업무를 위탁해온 한전은 분리 징수가 도입되면 적자폭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권명호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전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전이 TV수신료를 분리 고지·징수해 발생하는 관련 비용은 2269억원에 달한다. 통합 징수 방식은 419억원(2021년 기준)의 비용만 든다. 고지서 제작비, 우편 발송비 등을 포함한 추가 비용이 1850억원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1월 KBS는 한전과 수신료 징수를 위탁하는 계약을 갱신하며 내년 12월까지 계약 기간을 설정했다. 하지만 사실상 강제 징수를 위해서 한전이 맡았던 TV수신료 징수 위탁 업무를 분리 징수 시대에 맡아야 할 이유가 사라졌다는 지적도 많다. 더욱이 문재인 정부 시대에 연료비 급등에도 불구하고 전기요금을 거의 인상하지 않아 40조원대의 적자를 안게 된 한전이 KBS 수신료 징수 위탁업무를 지속함으로써 적자 요인을 키워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KBS가 수신료 징수 업무도 스스로 부담하는 게 한전의 적자 요인을 줄이는 길이고 KBS가 독립경영을 모색하는 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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