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노조 성명] ‘우리 김일성 주석의 노력’ 발언에 침묵하는 MBC
이재명 대표가 1월 19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 북한의 김정일 또 김일성 주석의 노력들이 훼손되지 않도록 애써야 할 것이다.” 수백만 6.25 희생자들과 천안함폭침 연평해전 등 북한 도발 때 순국한 장병들을 생각하면 대단히 부적절한 발언이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표의 대북 인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국민의힘 당 대변인은 “우리 국민에게 위해를 가해온 북한 독재자들을 우리 김일성 우리 김정일이라고 부르는 것에 가슴이 떨려 온다”고 논평했다.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피 흘리며 대한민국을 지켜낸 선조들과 우리 국민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민주당 측은 ‘구체적인 표현에 트집 잡지 말고 전체 발언 취지를 보라’며 반박했다.
이재명 대표의 ‘우리 김일성’ 발언에 대해 MBC는 어떻게 보도했을까? ‘말 트집’을 잡는데 이력이 난 MBC 언론노조원들이 대서특필했을까?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발언 때처럼 안 들리는 말을 마음대로 해석하고, 없는 단어를 자막에 집어넣고, 동영상 만들어 인터넷에 뿌리고, 뉴스데스크에 무더기로 보도했을까? 미국 국무부에 알리고 반응을 구했을까?
아니다. 하루종일 아무 반응이 없다가 저녁 6시쯤 인터넷에 단신 하나를 올려놓았다. 그 많은 MBC TV · 라디오 프로그램에 이재명 대표의 ‘우리 김일성 발언’을 언급한 흔적조차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가 원수이고, 이재명 대표는 야당 대표라 기사 가치를 다르게 본 것일까? 천만의 말씀이다.
황교안 전 총리가 2019년 2월 자유한국당 대표가 되자 MBC는 곧바로 공격을 시작했다. MBC 뉴스데스크는 3월 19일 황교안 대표가 애국가의 ‘하느님’을 ‘하나님’으로 잘못 말했다는 기사를 3분이나 방송했다. 그게 시작이었다.
황교안 대표 ‘민변 변호사 소송 부추긴다’ 발언에 민변 반발 (2019년 5월 8일), 황교안 대표 “내가 왜 독재자의 후예?” (5월 21일), 황교안 대표 군부대 발언 또 논란 (5월 27일). ‘경제를 알지 못하는’ 황교안? “과외가 필요해” (6월 20일), 말실수 황교안 대표, 셀프 입단속? (6월 25일), 국세청장 청문회에서 황교안 대표의 외국인 발언 공방 (6월 26일)..
2019년 7월 3일에는 ‘황교안 지지율 주춤’이라고 보도한 것으로 보아 MBC의 파상공세가 효과를 거두었던 것 같다. MBC 언론노조원들이 그때 황교안 전 총리가 야당 대표인 것을 몰라서 그렇게 발언 하나하나를 집중보도한 것일까?
야당 대표뿐 아니다. MBC는 2019년 2월 ‘5.18 진상규명 공청회’에 참석한 이종명 김순례 의원의 발언 내용을 문제 삼아 집요하게 공격했다. 이종명 의원은 전방에서 복무하다 두 다리를 잃은 상이용사인데,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에서 두 차례나 영웅담이 조작된 의혹이 있다며 집중 난타했다.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진행자들은 보도 첫머리에 이종명 의원의 5.18 관련 발언을 맹비난해 방송 의도를 스스로 드러냈다.
그랬던 MBC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발언 논란에 침묵하는 것은 불공정 보도이다. 방송심의규정 제9조에는 ‘방송은 사회적 쟁점이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사안을 다룰 때는 공정성과 균형성을 유지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리고 앞으로 국민의힘에서 발언 논란이 나오면 또 어떻게 할 것인가. 내려 보던 눈을 다시 부릅뜨고 준엄하게 꾸짖을 것인가? 아마 시청자들은 ‘X 묻은 개’ 생각을 할 것이다. 그래도 언론사이고 어디 가서 기자라고 말하고 다닐텐데, 제발 자존심 좀 지켜라.
2024년 1월 20일
MBC노동조합 (제3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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