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청문회에서 욕설을 배웠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무려 사흘 만에 끝났다. 국무총리 인사청문회가 통상 이틀이니 민주당이 국무총리보다 더 중요한 자리로 본 게 아니라면 다른 속셈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오랜 청문회를 통해 남은 것이 주로 욕설이라는 게 참으로 유감스럽다.
최민희 국회 과방위 위원장은 이진숙 후보자에 대해 “뇌 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정잡배들이 내뱉으면 어울릴 법한 표현이다. 그런 말을 국회 상임위원장이 전 국민이 지켜보는 생방송 중에 한다는 게 충격적이다.
최민희 위원장은 되새겨 보아야 한다. 만약 교양 없는 누군가가 최 위원장에게 “입 구조에 문제가 있어 그런 말을 한다”고 말한다면 얼마나 근거 없고 무례한 언사이겠는가. 최 위원장의 뇌 구조 운운을 들은 많은 국민들도 같은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노종면 민주당 의원은 이진숙 후보자에 대해 “국어 안 하셨어요?”라고 조롱하고, “당신 같은 사람 검증해야 되는 게 답답하다”고 고성을 질렀다. 국회의원 권력에 너무 취한 것 아닌가 걱정스럽다.
노종면 의원은 언론노조 YTN지부장 출신으로 불법파업을 주동하다 해고된 뒤 해고 무효소송에서 패소했고, 나중에 문재인 정권 들어 재입사 형식으로 YTN에 돌아왔다. 그 뒤 2019년 보도국장 임명 동의 투표에서 부결되는 등 회사 후배들로부터도 결코 인정받았다 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어렵게 살아오다 배지를 달았으니 흥분된 마음 이해한다. 그러나 이제는 일국의 국회의원인 만큼 국민의 상전이 아닌 공복이라는 겸허한 마음을 갖춰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이진숙 후보자의 중학교 생활기록부를 공개하면서 부정적인 내용이 적혀있다고 질책했다. “서류 탈락 감을 여기까지 끌고 온 것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도 했다. 그게 왜 분노할 일인지는 개인 성향이니 차치하고라도, 이 후보자가 올해 63세이다. 50년 전 중학생 때 생활기록부로 자격을 평가한다는 게 상식적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해민 의원은 또 ChatGPT가 작성한 세월호 오보 사과문을 띄워놓고 이진숙 후보자에게 낭독하라고 요구했다. 북한의 인민재판이나 중국 문화혁명을 떠올리게 하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리라고 상상도 못했던 장면이었다. 예를 들어 2012년 헌법재판소는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사에 ‘시청자에 대한 사과’를 명령하는 것이 방송사업자의 인격권을 침해해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그런데 기계가 쓴 사과문을 공직 후보자에게 읽으라고 요구하는 사람이 국회의원이라며 큰소리를 치는 현재 상황이 통탄스럽다.
민주당 등 야당들은 사흘간의 청문회로도 모자라 이진숙 후보자를 다음 달 2일 과방위 증인으로 또 부른다고 한다. 지쳐 쓰러지거나 포기하고 물러나기를 바라는지 모르겠다. 그 과정에서 또 얼마나 많은 막말들을 들어야 할지 벌써 걱정이 된다.
2024년 7월 27일
MBC노동조합 (제3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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