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공영노조 성명서 [1945년 8·15만 있고 1948년 8·15는 없는 KBS]
어느 한 나라가 다른 나라의 패망을 기념해 국경일을 만든다면 이상한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자기 나라를 처음으로 세운 날짜를 국경일로 지정한다면 그것은 하등 이상한 일이 아니다.
1945년 8·15는 일제가 패망한 날이고 1948년 8·15는 이땅에 그전에는 없던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탄생한 날이다. 전자는 우리민족으로서는 가슴 후련한 날이고, 후자는 역사적 의미가 깊은 날이다.
그러므로 지금 우리가 매년 8월 15일을 국경일로 삼아 기념하는 대상은 1945년이 아닌 1948년 8월 15일이라야 한다.
1945년 8월 15일은 일제가 연합국에 항복한 날이지만 그것으로 한민족에 보장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조선 땅에 나붓기던 일장기가 성조기와 소련 국기로 바뀐 것뿐이었다. 실제로 남한에는 미군정이 들어서 3 년 간 통치했고, 미소공동위원회나 UN에서 강대국들은 한반도 운명을 서로에게 유리하도록 만들기 위해 밀고당기기를 계속했다.
즉, 1945년 8·15로 해방은 되었지만 그것은 독립도 건국도 아니었던 것이다.
명실상부한 독립과 건국은 1948년 8월 15일이었다.
1945년 해방부터 그때까지의 3 년의 기간은 제대로 된 나라를 세우기 위한 투쟁과 건설의 시간이었다. 정부수립을 방해하는 좌익세력과 피를 흘려가며 싸웠고, 한반도를 점령한 2차대전 승전국들과도 힘겨운 줄다리기를 벌여야 했다. 그 와중에서도 우리는 이땅 최초의 자유 총선거를 치러냈으며, 그리고 거기에서 선출된 대표자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치열한 토론을 벌여 독자적인 헌법도 만들어 냈다.
그 모두가 주권, 영토, 국민 등 국가의 3대 요소를 제대로 갖추기 위한 과정들이었다.
국가기간 공영방송 KBS는 광복절에 그런 일들을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짚어주고 들려줘야 하지 않은가. 그런데도 KBS는 1948년 8월 15일의 의미를 새길 줄 모른다.
올해 KBS TV 8·15 특집 프로그램을 보자니 1948년 건국을 제대로 기념하는 내용은 전무하다시피 하다. 「광복절 특집다큐 청산리 전투의 재구성」, 「광복절 특집다큐 고하 송진우」, 「광복절 기획 2부작 다큐 인사이트」 등이 특집으로 편성된 프로그램들이다.
대부분이 1945년 8월 15일의 의미에 부합되거나 최근 입수된 영상자료를 통해 여러 사건들을 나열하는 내용이다.
이승만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영화 「기적의 시작」이 그나마 1948년 8·15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긴 하지만 심야 시간인 23:10 ‘독립영화관’으로 방송예정이고 그나마 편성표에 부제마저도 표시되어 있지 않은 상태다.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려고 애썼던 좌익 세력은 1948년 8월 15일의 의미를 의도적으로 축소시키려 애썼다. 과거 KBS의 현대사 프로그램들도 대체로 그런 기조였다.
그런데 보수 정권이 새로 들어섰는데도 KBS의 프로그램들은 MC 몇 명 교체된 것 외에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이번 8·15특집들도 마찬가지다.
현재의 KBS 경영진 중에 이번 8·15 광복절을 달라진 KBS를 보여주는 계기로 삼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은 없다는 말인가.
2024년 8월 13일
KBS공영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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